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직장과 집을 오고 가는 거 외에는 어떤 것에도 신경 쓰고 싶지가 않았다. 이미 정신적으로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던 상태였던 것이다.
의자 위, 책상 위, 그리고 침대 위에까지 아무렇게나 벗어져있는 옷가지들은 기본이었다. 심할 땐 침대 위에 옷들 때문에 잠자기가 불편했을 정도다. 옷은 옷장에 정리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겠지만 옷장 또한 정리가 되어있질 않았다.
걸 수 있는 두툼한 소재의 겉옷들이야 옷걸이에 걸 수 있었지만 한번 입은 얇은 상의 같은 것들은 제대로 걸려지지도못한 채 옷장에 처박히길 일쑤였다. 게다가 서랍 없는 옷장이었기에 그렇게 널브러져 있는 옷이 쌓여가는 모습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옛날 아파트식 구조라 붙박이장도 하나 없었다. 그래서 큼직한 크기의 옷장을 그 작은 방에 들여넣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방을 더 좁게 만들었다. 옷장, 화장대, 책상, 침대. 기본적인 가구만 들어가 있을 뿐인데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은 굉장히 좁았다. 방의 크기와 내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구를 들여놓았던 것부터가 실수였던 것이었다.
나의 만성적인 정신적 피곤함에 작은 방안의 가구매치 실수가 더해져 방 상태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지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환경이 어수선하니 그나마 조금 남아있었던 의욕도 더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우울할 때는 늘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들었다. 나 또한 효과를 봤던 방법들 중 하나였다. 일단 낯선 장소에 가면 내 시선을 끌만한 것들도 많고 설레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인테리어가 잘 된 카페를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오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기분이 전환됐던 경험은 나 말고도 많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그래서 결심한 것이다. 방을 우선 바꿔보자고. 이러다 정말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거 같으니까. ]
일단 먼저 한 생각은 '비우자' 란 것이었다.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옷장부터 버리기로한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내 생활 스타일이다. 옷 입는 것을 좋아해 옷이 넘쳐나는데 옷장을 버리기로 한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일단 가구를 바꾸거나 버리기로 결심했다면 자기의 평소 스타일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우선 나는 옷 입기에 그닥 관심이 없는 편이라 옷의 가짓수가 적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큰 옷장은 필요가 없었기에 내 동선을 방해하는 옷장을 더 작은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단 방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것은 방 꾸미기 어플 등을 참조했다. 그런 어플 등에선 가구를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은 어떻게 방을 꾸미는지 이미지로 많이 올라와있다. 어플 말고도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중심의 sns에서도 검색창에 방 꾸미기, 집 인테리어 등 관련 검색어를 검색하면 다양한 분위기의 방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방 느낌을 우선 잡는 것도 중요하니 이를 잘 참고하면 좋겠다.
내가 선택한 방 분위기는 화이트 와 우드의 조합이었다. 계절을 타지 않고 싫증이 날 확률이 낮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일단 방 벽지 색깔이 화이트인 점을 많이 감안했다. 방을 넓어보이게하는데는 화이트만 한 것이 없고 설령 화이트가 싫다해도 벽지부터 다른 색으로 다시 바르는 일은 일이 너무 커지는 느낌이라 적절히 타협을 한 것이다.
옷장은 디자인을 많이 따졌다. 옷장은 기본적으로 크기가 커서 시선이 많이 가는 곳이기에 외관이 예쁘지 않으면 눈에 계속 거슬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기 덕분에 잘못 선택하면 방 분위기를 바로 망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했다.
가격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나뭇결 느낌이 나는 조립형 옷장을 택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조립비용을 아끼지 말자. 나는 조리 비용을 아낀다고 셀프로 조립을 해보다가 망한 경우다. 우선 상품 후기를 읽어보고 조립이 쉽다 했을 때만 셀프 조립을 시도하자.
그리고 신경 쓴 것이 바로 책상.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자리이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방이 작다고 책상을 작은 사이즈로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책상 위에 서류나 노트북 물컵 등 늘어놓아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디자인은 옷장 느낌과 맞도록 우드톤의 빈티지한 것을 찾았다.
거기다 하나 더 신경써서본 것은 책꽂이나 서랍의 유무였다. 따로 책꽂이를 살 필요가 없이 책상과 일체 되어 나오는 책상을 찾았던 것이다. 이런 책상을 구매하면 뒤로 책이나 물건 등이 넘어가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책꽂이나 서랍이라는 추가적인 가구를 구매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리고 책꽂이에 책 대신 화분이나 작은 인테리어 소품 등도 올려놓을 수 있어 한층 더 분위기를 살릴 수도 있다.
책장은 자리만 차지하는 가로폭이 긴 책장보다는 높이 책을 쌓을 수 있는 북 선반을 선택했다. 책상 옆 모퉁이 자리 한편에 두고 책을 쌓아 올리니 좁은 공간 활용면에서도 뛰어났고 미관상으로도 훨씬 분위기 있어 보였다.
좁은 방을 활용하기에는 아무래도 폭이 길고 넓은 가구보다는 폭이 좁고 높은 가구가 훨씬 뛰어나 보인다.
책상 위부터 천장까지의 넓은 흰 벽은 방을 더 넓게보이게 만들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벽에 선반을 붙인다거나 서랍을 다는 일은 없을 거 같다. 또 이 넓은 흰 벽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는 빔프로젝터 때문이다.
책상 반대편에는 침대가 있는데 침대에 빔프로젝터를 고정시켜놓고 이 흰 벽에 영화를 쏴서 볼 수도 있다. 대신 이를 이해선 암막커튼은 필수. 밤에는 상관이 없으나 낮에는 아무리 커튼으로 창을 가려도 빛이 새어 들어와 영화 화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가구를 한 면에 붙여넣고보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도 확보됐다. 전에는 움직이려 해도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방문을 열자마자 베란다 문으로 바로 직행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니 이처럼 편할 수가 없었다. 가끔 이 통로에 요가매트를 깔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렇게 방 분위기를 맘에 들게 맞춰놓고 보니 청소 의욕이 생겼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어지러운 방이라면 청소할 의욕도 생기지 않지만 방을 맘에 들게 꾸미고나니 이를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구석을 닦기에도 편안한 동선도 마련되다 보니 청소도 쉬워져 자주 청소를 하게 됐다. 일단 가구 수나 물건의 개수도 적어 세심하게 청소할 필요 없이 몇 번의 걸레질이면 청소도 금방 끝나게 되니 청소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런 방에서 커피 한잔을 타놓고 일을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면서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졌다. 예전 같으면 분위기 좋은 카페 등으로 나가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기도 힘든 이때 방을 카페처럼 꾸며보는 건 어떨까. 다른 이들의 잘 꾸며놓은 방 이미지를 검색하는 것부터가 내 눈을 즐겁게 한다. 내 방도 이렇게 바꿀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예쁜 가구들을 검색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여기에 가격비교까지 해가며 마침내 결정한 가구에 대한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활 속 작은 행복을 찾았다랄까. 내 방이란 장소는 1~2년 잠깐 생활하다 말 곳이 아니다. 한번 잘 꾸며놓은 방은 내 생활태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내 옆을 한번 둘러보자. 한번 바꿔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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